서울대 드림팀(이었던) 김중술, 이한주, 한수정 선생님의 '사례로 읽는 임상심리학(2003)'을 북 크로싱합니다.
심리평가결과를 토대로 정신장애를 case formulation한 한글책으로는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이 책의 실패는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닌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저자들의 의도대로 읽으실 분들은 각 정신장애 사례와 심리평가 결과가 제대로 연결된 것인지, 배경정보를 지우고도 심리평가 결과가 동일한 진단을 도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각별히 비판적인 시각 하에서 읽으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 사례의 말미에 정리한 review의 내용이 훨씬 더 유익하고 좋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33
★★☆☆☆
이미지 출처 :
YES24
구매한 지 꽤 오래된 책인데 하드커버인데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판형이 부담되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마전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다양한 정신장애 별로 심리평가 결과 해석과 치료적 접근까지 망라하는데다 번역서가 아닌 국내 사례를 다룬 책으로는 이 책이 거의 유일하고 게다가 서울대 팀(그것도 환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김중술, 이한주, 한수정 선생님이 저자)이 쓴 책이기 때문에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정신장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 전환장애와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 신체화장애
* 주요 우울장애
* 정신분열증
* 우울성 성격장애
* 양극성 장애
* 정신분열형 성격장애
* 망상장애 및 편집성 성격장애
* 범불안장애
* 공황장애
* 강박장애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 반사회성 성격장애
* 경계선 성격장애
* 폭식장애
아무래도 병원 장면에서 주로 접할 수 있는 장애 중심으로 모아놓을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성격장애, 불안장애, 기분장애, 조현병 등 주요 장애 뿐 아니라 섭식 장애와 신체화 장애까지 다루고 있으니 상당히 유용한 책일 수 있었습니다.
각 장애는 증상 -> 개인력 및 가족력 -> 심리검사결과 및 해석 -> 사례이해(치료적 접근) -> Review 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병원 사례(모두 동의를 받았겠지요?)지만 내용이 방대하고 아주 detail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수록해서 case formulation에 대한 공부가 될 수 있었던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진단이 대부분 틀렸다는 겁니다. 이 책에 수록된 21개의 사례 중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진단은 10% 미만입니다. 주 호소와 증상은 각 장애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지만 이를 지지하는 심리검사 결과가 거의 없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두 번째로 제시된 신체화 장애에서 환자가 호소하는 주 증상은 원인이 불분명한 복통이지만 검사 결과를 보면 신체화 장애를 시사하는 검사 sign이 하나도 없습니다. 배경 정보를 지우고 검사 결과만 갖고 해석(blinded interpretation)한다면 그 어떤 평가자라도 이 장애가 신체화 장애라고 진단할 수 없을 수준입니다. 세 번째로 제시된 주요 우울장애도 마찬가지이고 제가 볼 때는 거의 대부분 장애가 오진입니다. 이 책은 각 정신장애를 심리평가로 어떻게 formulation하고 그에 따라 어떤 치료방법을 택할 것인지를 다룬 책이기 때문에 진단만큼은 틀리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이 진단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진단이 엉망입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로 제가 생각해 본 원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장애가 MMPI-2가 나오기 이전에 수집된 사례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로샤 해석에 의존하는 서울대 병원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각 사례의 심리검사 결과에서 대부분의 해석은 로샤 검사 결과에 의존하고 MMPI(MMPI-2가 아닙니다), SCT, HTP는 그냥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분량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능 검사와 BGT는 아예 없습니다.
초반의 장애부터 진단이 틀리는 걸 보고도 설마하고 끝까지 읽었으나 제가 생각할 때 거의 대부분 장애가 진단이 틀렸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 정신장애 사례를 이해하려는 분들께는 추천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읽지 마시라고 말릴 수 밖에 없습니다. 9년 동안 12쇄나 찍은 책인데 이 책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를 거의 볼 수 없다는 게 의아할 정도입니다. 다들 이 책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신 건가요?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은 각 장애 뒤에 수록된 review입니다. 최근에 개정된 이상심리학 시리즈(학지사)라고 있습니다. 과거에(아마 1997~8년 경으로 기억)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생 한 명과 석사 과정생 한 명씩을 짝지어 각 장애별로 최신 연구 결과와 지견을 정리한 시리즈물입니다. 서울대 대학원의 장점은 이러한 정리를 워낙 꼼꼼하고 완벽하게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반인 뿐 아니라 임상, 상담 전공자라도 이상심리학 시리즈만 읽으면 각 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마스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죠.
이 책의 각 장 뒤에 실린 review도 그렇습니다. 이것만 모아서 책을 내도 사서 읽으라고 권할 정도로 꼼꼼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데 특히 로샤의 해석과 각 장애의 인지(인지행동)치료를 꼼꼼하게 review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에게 review만 읽을 것을 권장합니다.
그렇더라도 소장해 놓고 볼 책은 아니니 도서관이나 이미 구입한 분들께 빌려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도 국민도서관에 키핑할 예정입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닫기
* 명료화를 위해서는 구체화(specification), 일반화(generalization), 증상 확인(checking symptoms), 유도 질문(leading question), 탐사(probing), 상호 연관(interrelation), 요약(summarizing) 등의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 명료화 기법이 대체로 환자 중심적인 데 비해, 조종 기법은 임상가가 원하는 경로로 면담을 이끌어 가는 임상가 중심적인 기법들이다. 지속하게 하기(continuation), 반향(echoing), 지시(redirecting), 전환(transition) 등의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 Klopfer(1962)는 보고서를 '의뢰사유', '관찰결과', '검사 해석', '요약' 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하는 형식을 제안하였다.
* 로샤 검사는 환자의 성격 통합(personality integration) 및 주관적 불편감(subjective distress)의 수준을 감지해 낼 수 있다.
* 적응적 성격자원의 지표 중 하나는 형태질이 양호한 반응과 양질의 인간운동 반응이다. 이 두 지표는 심리치료에 환자가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가, 치료를 통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가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통합성의 정도를 평가한다.
* 환자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가는 로샤의 D점수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 D점수는 개인이 당면한 생활 스트레스의 정도와 이를 감당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적응자원이 어떤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좋은 지표이다. 스트레스가 적응자원을 초과할 때 D점수가 음수로 나타난다.
* 심리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변인
- 경직성(rigidity) : a:p의 비율은 이러한 경직성을 반영하는 좋은 지표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2:1 이상의 차이가 나면 이는 자신의 경험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유익할 수 있음을 좀처럼 고려하지 못하는 경직성을 의미한다.
- 자기만족(self-satisfaction) : 양수의 D점수로 나타나며 D>0은 성격기능이 안정적임을 반영한다. 하지만 치료적인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부적응을 겪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D>0이 치료적인 변화에 큰 장애요인이 된다.
- 내성의 결여(nonintrospectiveness) : 로샤 검사에서 이를 반영하는 지표는 FD반응이다. FD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의 내면을 통찰하고 내성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 대인관계의 소원함(interpersonal distancing) : T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바로 소원한 대인관계의 좋은 지표이다.
* Rapaport에 따르면 색채 반응이 반영하는 심리 영역은 다음의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피검자의 정서 표현과 반응의 주된 방식은 무엇인가, 둘째, 충동과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셋째, 외향적 경향성은 어떠한가이다. 로샤 반응에서 색채 및 색채와 형태와의 관계는 정서를 적절하게 표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지연하는 능력의 지표가 된다.
* FC가 CF보다 많으면 통제된 정서반응의 경향을, CF가 거의 없을 경우 과잉통제 가능성을, CF가 FC보다 많으면 정서 반응이 통제되지 못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 CF반응이 없다는 것은 환경과 정서적인 교류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는 과도한 통제의 결과이거나 정서 자극에 대한 반응성의 결여 때문일 수 있다.
* Cn : 정서적인 충격에 압도당하여 통합된 통제감을 가지고 정서 자극을 다루지 못함을, 외부 세계를 위협적인 대상으로 지각하는 동시에 자신은 이에 대처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함을 의미한다. 성인에게서 매우 드문 반응이며 병리 수준이 심각함을 반영한다.
* 정상인의 프로토콜에서는 약 2개의 FC 반응이 기대되며, 다른 색채 반응이 없고 FC가 더 적으면ㅁ 외견상 상냥하지만 행동에 대한 열정이나 추진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반대로 다른 색채 반응이 없고 FC가 4개 이상 나타나면 이는 타인을 만족시키려는 경향이 강하고 자기 목적을 추구하는 주장성이 부족한 과도하게 순종적인 사람임을 의미한다. 반응수가 적은 프로토콜에서 FC가 없으면 강한 억압의 가능성이 있고, 반응수가 많은데도 FC가 없다면 이는 타인과의 라포를 형성하기 위한 자원이 부족하며 애착 관계가 빈약함을 반영한다.
* 정상인이 C반응을 많이 보이는 경우는 자기 감정에 몰입해 있는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다. 다른 색채반응 없이 C반응만 보일 경우는 격렬하고 통제되지 않은 정서 표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 색채 장애
- 주관적 장애 : 색채 자극에 대해 불편감이나 고통을 느끼며 이에 대해 간접적으로 말하는 경우, 색채를 결정인으로 하여 생성된 반응 내용에 대해 불편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 객관적 장애 : 색채가 개입된 카드 영역에서 형태질이 저하되거나, 색채 카드에서 도형 영역을 사용하는 양상이나 결정인이 변화되거나, 색채 카드에서 평범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이다.
=> 주관적 장애는 신경증적 적응상태에 있음을, 객관적 장애는 보다 심각한 신경증적 상태 혹은 정신증적 장애임을 반영한다.
* Klopfer(1962)는 잘 적응하고 있는 지능이 높은 성인이라면 적어도 3개의 질 좋은 M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는 수준 높은 자아 기능(ego functioning)을 의미한다.
* 음영 반응의 빈도가 적은 카드에서 음영 반응이 발생하는 것은 피검자의 지각과 연상 과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저해하는 강한 불안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2, 3, 5번 카드에서 음영을 사용한 모호한 반응은 4, 6, 7번 카드에서 음영을 사용한 것에 비하여 강한 불안이 내재되었음을 반영한다.
* 형태질이 양호한 F반응은 상황에 정서적으로 말려들지 않고 인지적인 통제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한다. 반면에 F반응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방어적이고 경직되고 위축되어 있음을 뜻한다.
* F-는 현실검증력을 비롯한 자아기능의 지표가 된다.
* 인지치료자라면 반드시 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다.
- "예를 들어보시겠습니까?"이며 내담자의 마음속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유용한 질문이다.
-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로 이는 특별한 자동적 사고를 둘러싼 의미체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질문이다.
* Exner의 종합체계에서 Dd반응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실에 대한 직면을 회피하는 반응이다.
태그 -
기분장애,
김중술,
불안장애,
사례로 읽는 임상심리학,
상담,
서울대,
섭식 장애,
성격장애,
신체화 장애,
심리검사,
심리평가,
이상심리학 시리즈,
이한주,
임상,
정신장애,
조현병,
한수정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23
DSM-5 비판의 최선봉에 서 있는 Allen Frances 박사가 쓴 '정신의학적 진단의 핵심 : DSM-5의 변화와 쟁점에 대한 대응(2013)'을 북 크로싱합니다.
DSM-5가 2013년 5월에 나왔는데 이를 비판하는 책이 그 해에 출판되고 번역판인 이 책 또한 2013년에 번역되어 나오는 건 꽤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만큼 DSM-5에 쏠리는 시선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 같습니다.
DSM-5 자체가 수많은 정신장애의 나열이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이 책 역시 딱딱할 수 밖에 없어서 각오를 좀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DSM-5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75
★★★★☆
이미지 출처 :
YES24
지난 4월 27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재난심리 사전교육에 참석했을 때 공짜로 얻은 책입니다. 참석자에게 무료로 나눠주더군요.
2판을 새롭게 출판하면서 학지사에서 남은 1판 책을 재난심리 위원회에 기증했나 봅니다. 두 번째 페이지에 기증 도장이 찍혀 있더군요. 2판은 아직 못 읽어봤지만 이 책도 충분히 좋습니다.
저도 몰랐지만 이화여대에는 트라우마센터가 있었고 이 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그동안 국가적인 재난이 일어나면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피해자와 생존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책은 2008년에 출판된 책이라서 그 노하우를 모두 담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서문에도 소개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더 체계적으로 위기 개입을 하는 미국의 자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내용이 참 좋습니다.
참고문헌을 빼면 14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적은 분량의 책인데도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담고 있어서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충분한 훈련없이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임상가들이 field manual로 참고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Part 1. 심리적 응급처치에 대한 기초
1. 심리적 응급처치란 무엇인가
2. 급성 스트레스 반응
3. 심리적 응급처치의 원리 및 목표
Part 2. 심리적 응급처치의 일반적 지침
4. 심리요원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기술
5. 현장에서의 일반적 행동지침
6. 심리요원의 자기관리 및 고려사항
Part 3. 심리적 응급처치의 실제
7. 단계에 따른 심리적 응급처치
8. 심리적 응급처치의 구체적 방법
Part 4. 심리적 응급처치에서의 선별 평가
9. 평가의 쟁점
10. 선별 평가의 실제
보시는 것처럼 심리적 응급처치의 이론과 실제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데 물론 이 책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중에 소개드릴 '위기 개입'처럼 좀 더 comprehensive한 책을 연결해서 읽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쨌거나 위기 개입과 심리적 응급처치(psychological first aid)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한 권쯤 갖고 계시면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현재 절판된 상태이고 2014년 1월에 제목이
'재난과 외상의 심리적 응급처치'로 살짝 바뀐 2판이 출판되었으니 이 책을 구입하시면 되겠습니다. 2판에는 1판의 저자인 권정혜, 안현의, 최윤경 선생님과 함께 새롭게 주혜선 선생님이 합류하셨는데 재난심리 사전교육 때 강의를 들어보니 이론과 경험이 모두 풍부하시더군요. 게다가 제가 지금까지 본 심리학자 중 최강 동안임;;;
닫기
* 초기 심리적 개입(Early Psychological Intervention: EPI)이란 재난 혹은 외상사건이 발생한 후 첫 4주 동안 제공되는 모든 종류의 심리적 개입을 지칭한다.
* 위기상태의 사람들은 대개 4~6주가 지나면 평형상태로 돌아온다. 따라서 이 시기의 개입은 내담자가 위기 이전의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현실적으로 위기에 대한 반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때에 삶에서의 주요 변화를 시도한다든지 성격변화를 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인간재해는 자연재해보다 심리적 후유증이 더 만성적이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 심리적 응급처치의 목표
-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단기적 기능을 개선한다.
* 초기 심리적 개입에서 생존자에게 심한 스트레스 사건 후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알려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재난 후 반응단계
1. 충격단계 혹은 급성단계(0~48시간) : 사건이 일어난 직후의 단계
2. 구출단계 혹은 반응단계(0~1주) : 재난전문가에 따라서는 '영웅기', '밀월기', '환멸기'로 구분
3. 회복단계(1~4주)
4. 재통합단계(2주~2년)
* 재난 생존자의 경험
1. 죽음에 대한 각인
2. 생존자의 죄책감
- 자기비난에는 행동에 대한 비난과 성격에 대한 비난이 있다.
- 대개는 어떤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더 느낀다.
- 자신의 성격이 어떠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더 부적응적이다.
3. 심리적 마비
4. 도움에 대한 갈등
5. 의미에 대한 추구
- 생존자는 재난을 설명하고 이것에 대한 숙달감을 얻기 위해 그들의 경험을 개념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개념화(formulation)'는 심리적 처리과정의 핵심과정이다.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것이 인생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찾게 된다.
* Caplan의 대처방법
- 스트레스가 되는 일을 바꾸는 것
- 상황에 대한 시각이나 관점을 바꾸는 것
- 스트레스 사건이 지나가거나 좀 덜 힘들어질 때까지 견디는 것
* 다음과 같은 부적응적인 반응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특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 상실을 경험하고도 상당 기간 동안 감정을 최소화하고 부정하는 것
- 술이나 마약을 하는 것
-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일에 파묻히는 것
- 주위 사람들에 대해 공격적인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
* 재난 후 심리적 개입은 생존자의 고통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자기 앞에 놓인 여러 과제나 도전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심리적 응급처치의 원칙
- 근접성
- 즉시성
- 기대성
: 상담의 배경을 가진 심리요원은 생존자의 반응을 병리화하기 쉬운데,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스트레스 반응이 장기화되도록 이끈다
- 단순성
: 재난상황에서는 짧고 단순한 개입이 효과적이다. 생존자들은 혼란과 무력감을 느끼며, 주의나 사고의 폭이 상당히 좁아져 있다. 따라서 전문적 용어의 사용이나 심리치료적 기법의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
* 심리적 디브리핑
: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생존자에게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생리적, 심리적, 행동적 반응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로써 대개 집단으로 행해진다. 교육적인 개입으로 생존자가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주 목표로 한다. 심리적 디브리핑은 재난 발생 후 48시간에서 72시간 내에 행해지며, 15~20명 정도의 집단으로 실시한다. 다분히 인지적으로 지향된 절차이다.
-> 최근에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존자의 재적응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생존자가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때가 아니면 제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심리적 응급처치는 비정상적인 사건에 반응하는 정상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심리치료와 다르다. 따라서 심리적 응급처치는 생존자들을 병적으로 보거나 환자 취급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비정상적인 사건에 대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심리요원의 전문성과 관련된 자질
: 생존자와 그 가족들의 목소리에 공감해 주고, 그들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존재라고 힘을 실어 주는 것(empowering) 또한 일반적인 상담자의 자질인 동시에 심리요원의 필수 자질이다. 공감하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과 내적 상태가 어떨 것인지를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지, 결코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생존자의 분노와 행동에 동의를 해 주는 것이 아니다.
* 항상 모든 질문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심리요원은 알고 있어야 한다. 즉,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본다거나 현재의 문제 해결에 당장 필요하지 않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질문의 적절성을 알 수 있는 기준은 '내가 방금 한 질문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인가?' 하고 스스로 되물어보는 것이다.
* 과거의 감정보다는 현재 나타내고 있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은 오래전에 발생했던 일에 대하여 여전히 강한 감정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현재의 감정에 대해 공감해 주는 것이 문제 해결에 훨씬 효과적이다.
* 심리요원이 정확하지 못한 감정 공감을 하거나 상대방이 심리요원의 감정 공감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면, 사과하지 말고 대신 상대방에게 그가 느끼는 것에 대하여 좀 더 설명하도록 부탁하고, 다시 그 감정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재난현장에서는 심리요원이 생존자에게 중요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역할 모델이 되기 때문에 실수한 것에 대해 자책적인 표현을 하거나 부정적인 자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생존자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 현장에서의 기본 지침
- 생존자의 얘기를 들어 주는 동안, 간간이 생존자가 어떠한 자기보호 행동을 취해 왔는지를 찾아내어 그것을 강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생존자로 하여금 무력감을 덜 느끼게 해 준다.
- 심리적 응급처치의 목적은 극심한 정서적 충격을 안정시키고, 당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적응적 회복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 절대로 충격적 경험 자체나 애도반응을 다루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심리요원이 피해야 하는 행동들
- 생존자들이 현재 어떤 마음상태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안다고 추측하지 말아야 한다. 생존자들을 병리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증상', '진단', '정신장애' 등과 같은 표현은 쓰지 않아야 한다.
- 무력한 상태에 있는 생존자들을 은연 중에 낮추어 대하거나, 생존자들의 실수나 장애, 약점, 무력함 등에 초점을 두지 말아야 한다.
- 모든 생존자들이 심리요원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거나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심리요원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더라도 심리요원이 현장에서 지지적이고 안정된 모습으로 오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하고 스스로 대처능력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 상담자가 말하는 내용의 처음 3분의 1 정도의 내용이 가장 잘 기억되므로, 중요한 내용은 앞부분에 제시하는 것이 좋다.
* 심리요원의 소진 이유(James & Gilliland, 2001)
-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
- 역할 갈등(role conflict)
- 역할 과부하(role overload)
- 불합리성(inconsequentiality)
- 고립(isolation)
- 자율성(autonomy)
* 심리요원의 소진 단계
- 1단계 : 열정(enthusiasm)
- 2단계 : 침체(stagnation)
- 3단계 : 좌절(frustration)
- 4단계 : 무감각(apathy)
* 첫 접촉과 라포 형성
- 소개가 이루어진 이후 일차적으로 물어봐야 하는 것은 지금 당장 생존자나 가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이다. 특히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최우선적 순위를 차지한다.
-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대화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부모나 다른 보호자에게 심리요원을 소개하고 아동/청소년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것이 좋다.
* 가족이나 가까운 이가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특별한 주의
- 사람들마다 애도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상대방이나 자신의 슬픔의 표현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도 피하고, 다른 이들의 표현 방식을 존중해야 함을 설명한다.
- 곧바로 위로하려 들기보다는 상대방이 그 사실에 대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매우 강한 정서적 반응이 나타날 것임을 미리 예상하되, 초기의 그와 같은 강한 정서적 반응은 대체로 시간이 지날수록 완화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 심리요원은 단순히 사회적 지지 체계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하기보다는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적극적 행동을 유도한다.
- 사망자의 유품이나 사체, 사진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 가급적 가족구성원들이 소집단으로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때 아동/청소년은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아니어도 사망자의 발견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심리요원이 가급적 피해야 하는 말들
-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 아마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 그분은 아마 지금 좋은 곳에 가 있을 거에요
- 그분의 삶이 거기까지였나 봅니다
- 적어도 숨이 빨리 끊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 다른 얘기를 하도록 하지요
- 이 일을 극복하도록 노력하셔야 해요
- 당신은 이 일을 극복할 만큼 강한 사람입니다
- 이런 큰 일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 당신은 곧 나아지실 거에요
- 당신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 현재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충분히 애도과정을 거치셔야 합니다
- 적어도 당신은 살았으니 다행이에요
- 그건 아마 신의 뜻이었을 겁니다
- 신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난을 주십니다
* 심리요원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반응
- 슬퍼하고 있는 이에게 그런 반응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 사망한 사람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사용한다(가급적 '망자'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 것)
* 생존자나 가족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쇼크 반응
- 초점이 없는 멍한 눈빛
- 질문에 답변이 없거나 느림
- 행동에 지향점이 없음(의미 없거나 목적 없는 행동을 반복)
- 강한 정서적 반응(울음을 그칠 수 없음, 숨쉬기가 어려움, 몸을 앞뒤로 흔듦)
- 통제할 수 없는 강한 신체적 반응(부들부들 떨림)
- 미친 듯이 뭔가를 찾는 행동
- 위험한 행동의 시도(차도에 뛰어들기 등)
* 생존자가 혼자 있고 싶어하더라도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있는 것이 예후가 훨씬 좋다
* 생존자가 극심한 심리적 반응을 보이면서 진정이 되지 않을 경우 사용하는 질문들
- 지금 제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저를 바로 쳐다보세요
- 당신 이름은 무엇인가요? 지금 여기는 어디지요?
- 우리가 방금 직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 지금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몇 가지만 말해 보세요
- 지금 몸이 의자에 닿는 느낌에 집중해 보세요. 손바닥이 의자 손잡이에 닿을 때 촉감이 어떻습니까? 발이 바닥에 닿고 있는 그 느낌은 어떻습니까?
*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
1단계 : 지금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생존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털어놓는다면 그중에서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을 분류하도록 한다.
2단계 :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구체적인 행동 계획 수립)
3단계 :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개시.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의 달성 과정에 생존자들을 어떻게든 참여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능동적인 의사결정자임을 경험하게 하는 것
* 평가의 중요성
- 생존자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전인적 존재로 보지 못하고 정서적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서가 일단 안정되면 눈에 띠는 증상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치료가 조기에 종결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반응들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심리요원은 정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신체적, 인지적, 행동적 영역까지 평가해야 한다.
* 생존자의 정서반응(Crow, 1977)
- 분노 :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
- 불안이나 두려움 : 가장 전형적인 반응
- 슬픔 : 자살 사고에 주의
* 화가 난 생존자에게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이 더 효과적이다.
* 불안이 주된 정서 반응이라면 면담을 구조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면담의 구조가 불안을 감소시킴으로써 정보의 수집이 용이해질 수 있다.
* 생존자의 인지적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외상적 사건이 있은 지 몇 년이 지난 뒤에라도 심리적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 생존자가 외상적 사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반응이 생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 인지적 반응은 크게 위협, 상실, 위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생존자의 시간 개념은 인지적 반응과 관련이 있는데 위반은 현재, 위협은 미래, 그리고 상실은 과거와 관계가 있다.
* 평가 과정에서 반복되는 내용은 매우 중요하다. 생존자가 특정 인생 차원을 빈번하게 언급할수록 그 영역에서 고통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생존자가 계속해서 자신의 감정이나 외상적 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때 유용한 전략은 타당화다. 생존자의 경험과 감정이 타당화되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하려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외상적 사건이나 위기에 대한 행동적 반응
- 접근(approach)
- 회피(avoidance)
- 부동(immobility)
* 자살 가능성이 의심될 때는 '지금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혹시 죽음이나 자살을 생각하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시작하라.
* 약물 치료는 회피, 부정, 정서마비 증상보다는 우울, 불안, 과민반응 등의 증상에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그 -
EPI,
psychological first aid,
고립,
권정혜,
급성 스트레스 반응,
밀월기,
불합리성,
생존자,
세월호,
세월호 참사,
소진,
심리요원,
심리적 디브리핑,
심리적 마비,
심리적 응급처치,
안현의,
역할 갈등,
역할 과부하,
역할 모호성,
영웅기,
이화여대,
자율성,
재난과 외상의 심리적 응급처치,
재난심리 사전교육,
재난현장의 심리적 응급처치,
정신장애,
죄책감,
주혜선,
증상,
진단,
최윤경,
트라우마센터,
피해자,
학지사,
환멸기,
희생자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38
이 포스팅의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저는 개인적으로 심리평가를 통해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바입니다.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임상가는 병원 장면, 그것도 대학병원급의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을 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상례이고 진단을 내리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래서 false positive error가 상당히 높은 편이죠. 저도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는 몰랐는데 supervision을 하면서 학생생활상담소, local NP, 종합병원 급의 정신건강의학과, 개업 상담 센터, 국가 기관 등 다양한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거나 수련받는 분들의 사례를 반복해서 접하다 보니 대형 병원에서 얼마나 과잉 진단을 많이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DSM의 Axis I 진단이 이미 내려진 환자에게도 반드시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리거나 성격 문제를 찾아내도록 교육시킵니다. BIG 5 병원 중 하나입니다. 반성하세요.
성격 문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넓게 피검자를 살펴보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마는 그걸 이론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본질적인 제한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성격 장애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성격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그렇기 때문에 기질이나 특성까지 염두에 두고 종단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를 진단하는 심리검사 도구는 대부분 횡단적인 도구입니다. Full Battery에 포함된 검사 도구 중 성격 문제를 잡아내는 종단적인 검사 도구는 사실 상 없습니다. 그나마 TAT가 가능성이 가장 큰 도구이지만 정작 Full Battery에는 빠져 있기 때문에 결국 남는 후보는 로샤 밖에 없습니다.
자 여기에서 질문입니다. 로샤 검사가 정말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드러냅니까? 로샤 검사로 찾아낸 것이 정말 성격 문제 맞습니까? A, B, C군의 성격 장애를 로샤로 정확하게 변별할 수 있나요?
성격 장애는 충분한 상담을 통해 발달력을 포함한 개인력을 포괄적으로,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살펴봐야지만, 그것도 어림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성격이라는 것은 다면적인데다 DSM의 Axis I에 속한 장애와도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칼로 무우 자르듯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왜 DSM-5에서 DSM-IV의 성격 장애가 4개나 빠지는지(40%의 탈락율)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심리평가하고 난 뒤에는 더 이상 볼 일이 없으니 의사들의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면서 그렇게 무책임하게 진단하지 마세요. 성격 장애가 약물만으로 치료 됩니까? 그런데 왜 자기가 치료하지도 않으면서 정확하지도 않은 진단을 함부로 내립니까? 본인이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린 근거를 명확하게 심리검사 sign으로 교차 입증하지 못한다면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심리평가에 사용되는 심리검사도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데 있어 기존의 Full Battery는 무용지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설쓰기의 위험성을 상당 부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취약한 도구들입니다.
잘려나가는 것이 내 살이 아니라고 그런 무딘 칼 함부로 휘두르지 마세요. 우리가 다루는 건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부끄러운 줄을 좀 아세요.
심리평가만으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기존의 Full Battery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덧. 정신병리연구회 사례회의에 참석했을 때 병원에서 수련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들과 수련 감독자가 이구동성으로 피검자가 histrionic 하다느니, narcissistic 하다느니 하는 걸 듣고 기가 차서 하는 포스팅입니다(DSM-5에서는 histrionic PD가 빠지죠. 훗). 정작 어이없는 것은 그 사례는 Full Battery 검사도 안 했다는 거. 치료도 안 하면서 소설 그만 쓰세요. 병원에서 성격 장애로 함부로 진단내리면 정작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상담센터 등의 현장 임상가들이 뒷수습하느라고 얼마나 힘든지 압니까?
태그 -
Axis I,
DSM,
DSM-5,
DSM-IV,
false positive error,
Full Battery,
local NP,
supervision,
TAT,
로샤,
사례회의,
성격 장애,
수련 감독자,
심리평가,
임상가,
임상심리 레지던트,
정신건강의학과,
정신병리연구회,
정신장애,
진단,
피검자,
학생생활상담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032
만약 제가 일반인인데 어떤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있거나 또는 제가 아는 사람이 그렇다면 저는 일단 임상 심리학회 홈페이지의
'회원 활동 영역'중에서 '개업 임상심리학자' 부분을 찾을 겁니다.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제 문제라면 성인을 전문으로 보는 곳을, 아는 사람의 자녀 문제라면 아동을 전문으로 보는 곳을, 부부 갈등 문제라면 부부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을 겁니다.
충분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전화로 문의를 한 후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방문해서 일단 초기 상담을 할 겁니다. 초기 상담 결과 믿을만한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면 계속 상담/심리치료를 진행할 것이고 담당 상담자/치료자가 심리평가가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추천하면 받을 겁니다.
제 문제가 정신장애에 의한 것이고 심리평가 결과에서도 그렇게 나왔다면 담당 상담자/치료자와 상의하여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받을 겁니다. 병원 치료를 받을 때에는 약값을 포함한 치료 비용이 다소 비싸더라도 현금으로 지불해 근거를 남기지 않을 겁니다. 제 정신과 진료 기록이 보험 가입, 운전 면허 발급 등에 불이익을 주도록 악용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나는 일반인이고 내 문제가 정신장애에 속한 것인지, 그보다는 좀 더 가벼운 심리적, 정신적 문제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2. 정신과를 바로 방문할 경우 정신과 의사는 약물 치료에 기반한 치료자이므로 명확한 문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상에 기반한 약물을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3. 특히 심리치료에 익숙한 정신과 의사가 많지 않으며 우리나라 의료 현실 상 비용 대비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우선 임상 심리학자에게 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선택이다.
4. 임상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을 때에는 반드시 세부 전문 분야를 알아본다. 내가 성인이고 우울한데 ADHD와 학습 장애를 전담하는 아동 전문 치료자에게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5. 심리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거나 치료 과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받는 것이 좋다. 다만 전문성과 적절한 자격을 갖춘 임상 심리학자가 실시, 해석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6. 심리평가 결과 상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고 담당 상담자/치료자가 권하는 경우는 즉시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약물 치료의 부작용을 우려해 치료 시기를 늦추면 나중에 더 큰 댓가를 치를 수 있다.
* 세 줄 요약
- 임상 심리학회 홈페이지의 개업 임상심리학자 명단을 조사(세부 전문 분야 확인 필)한다.
- 상담/심리치료를 시작하며 담당 상담/치료자와 상의해 필요하다면 심리평가를 받는다.
- 약물 치료가 필요한 정신장애라면 담당 상담/치료자의 조언 하에 신속하게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072
치료가 어렵기로 유명한 병적 도박(도박 중독)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신 장애는 치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비록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 물론 정신 장애 환자들이 치료가 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치료자의 전문성과 치료 경험의 부족을 꼽아야 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자 합니다. 하지만, 치료자의 전문성과 축적된 치료 경험은 치료자에 따라 다양한 분포를 이룰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우리나라 환자의 특성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서 정신 장애를 치료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약물에 대한 환자의 의존 경향성이 높아서가 아닌가 합니다. 정신 장애 환자들은 무조건 약부터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우울하지 않게 만드는 약을 달라고 하고, 도박 중독 환자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약을 달라고 합니다. 물론 알코올 중독이나 ADHD처럼 주된 증상을 경감시키는데 효과적인 약물이 있습니다만 밝혀진 모든 정신 장애에 들어맞는 약물이 지정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격 장애처럼 해당 약물이 없는 경우도 있고 다른 치료 방법과 병행해야 치료 효과가 극대화되는 장애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환자들은 약을 먹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약물치료를 기피하기도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약을 처방받지 않으면 치료를 받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둘째로 대부분 환자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준 전문가 행세를 합니다. 최대한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 엄정한 심리 평가를 하고, 치료 목표를 설정한 후 체계적인 치료 계획하에서 진행되는 심리 치료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주워들은 얕은 지식으로 전문가를 시험하고 끊임없이 논쟁함으로써 아까운 치료 시간을 낭비하고 치료에 저항합니다. 심리치료에 수반되게 마련인 심리적인 저항을 극복한 후에도 치료에 필요해서 내주는 과제를 빠뜨리고 지연하고 멋대로 하는 행동 등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셋째,
급한 성질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신체적인 장애와 달리 정신 장애는 대부분 치료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립니다. 우울증의 경우 내면에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역기능적 신념(dysfunctional belief)이 있다면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다못해 약물치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항우울제가 약효를 나타내 증상이 경감되는데 최소 열흘에서 2주가 걸립니다. 그런데 정신 장애 환자들은 그 기간을 참지 못하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Dr shopping, hospital shopping을 하곤 합니다. 특히 약물 치료의 경우에는 흔히 부작용이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를 유지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종의 보상심리 같은 심리적인 기제가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금전적, 시간적인 노력을 들여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뭔가 치료 효과가 나타나야 하고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내 선택은 틀린 것이 되므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이런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해소하기 위해 치료자의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실제 치료자는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초기 session에 치료자를 막 치켜세우다가 정작 치료에 들어가려고 하면 다 나았다면서 치료를 임의 중단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자가 정신과 의사가 되었든, 임상 심리학자가 되었든, 정신보건 사회복지사가 되었든 간에 일단 치료를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그 치료자의 전문성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두통을 멈추기 위해 두통약을 먹는 것과 "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한다" 라는 역기능적 신념을 지니고 있는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입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