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로이드 칸의 책은 '돔북(1970)' -> '쉘터(1973)' -> '행복한 집구경(2004)' -> '아주 작은 집(2012)' 순으로 읽는 게 연대기 순인데 제가 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이후에 건축 관련 책을 중구난방으로 사 모은터라 아마도 두 권이 다른 시점에서 제 손에 들어왔나 봅니다. 그래도 리뷰 포스팅을 하면서 살펴보니 이 책을 먼저 읽었더군요.
로이드 칸 저작의 정점으로 부를 수 있는 책이 '아주 작은 집'이라면 행복한 집구경은 로이드 칸 저작의 집대성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무려 31년 동안 건축주가 직접 지은 집을 찾아서 인터뷰를 하고 모은 사진과 글로 이 책을 썼거든요. 좋아하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은 언젠가는 정말로 대단한 걸 해내는 것 같습니다.
로이드 칸 본인은 이 책을 25만 부 이상이 팔린 쉘터의 후속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쉘터를 읽지 않았지만 이 책만 봐도 어떤 류의 책이었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로이드 칸이 스스로 밝혔듯이 이 책에는 '장인 정신이 드러나며', '실용적이고 단순하고 경제적이며 유용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고', '미적으로 뛰어나며 좋은 느낌을 주면서', '설계와 시공이 견고하며', '자유롭고 창조적인' 집들이 주로 실려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집들이 비전문가들이 지은 집이라 패시브 주택을 지으려고 하는 제 기준에서는 당연하게도 집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집의 원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사는 곳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추위와 맹수를 막을 집을 지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미적인 창의성을 발휘하는 걸 잊지 않았더군요.
내 집을 짓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이 책은 건축 미학의 관점에서 보기에도 좋고 그냥 문외한의 입장에서도 그야말로 '행복한 집구경'을 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물론 3만 원이 넘는 책이라서 눈요기용으로 선뜻 구매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요. 따라서 국민도서관을 이용해서 빌려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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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로이드 칸은 목수이자 작가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전문 분야인 목공과 출판을 결합하여 집에 대한 책을 많이 썼죠. 대표작으로는 '돔북', '셸터', '행복한 집구경', '빌더'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이 사는 집을 직접 지은 전세계 빌더들 150명을 만나 그들이 지은 250채의 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집이 46제곱미터(약 14평)이니 그야말로 책 제목대로 Tiny Home이라고 할 수 있겠죠. 워낙 다양한 집들이 소개되다 보니 모두 거주용 주택은 아니고 소형 스튜디오, 사우나, 휴가용 오두막, 주거용 차량, 수상 주택, 요트까지 포함되었지만 어쨌든 모두 스스로 제작하거나 지은 것들입니다.
이 책을 구매해서 보게 된 이유는 집을 짓겠다고 결정했을 때 초기 시안 중 하나가 살림집으로 쓸 본채와 사무실 용도로 쓸 별채를 따로 짓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서였습니다. 그야말로 Tiny House 개념의 작은 별채를 짓고 싶었거든요. 우리나라 개념으로 하면 농막 같은 형태였죠.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방문객을 맞기 위한 별채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사실 원주에 가까운 양평 양동면까지 supervision을 받으러 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처음부터 지나친 무리수를 둔 거였습니다.
말이 근사해서 별채이지 건물을 따로 지으면 비용이 엄청 많이 듭니다. 별채라고는 해도 사무실처럼 사용해야 하니 화장실도 별도로 만들어야 하고 차라도 마시려면 수도도 연결해야 하고 집을 두 개 짓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이 책에는 아래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다양한 집들이 소개되는데,
1장. 땅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2장. 바퀴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3장. 건축가가 지은 초소형 주택
4장. 조립식 주택
5장. 천연재료로 지은 초소형 주택
6장. 나무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7장. 주거용 차량
8장. 물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
우리나라 기후나 건축 환경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응용할 수는 없다고 해도 작은 집에서 살고 싶거나 하다 못해 주말 주택이나 농막으로 활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정말로 다양한 집 250채를 1,300여 장의 사진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컬러로 된 양장본이라서 가격이 35,000원에 달하기 때문에 도서관 등에서 빌려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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